(서론 TMI 주의💩) 학생 시절 나를 보고 '속 편한 계집애'라고 부러워 한 친구가 있었다. 왜냐면 나의 아침 루틴은 아침을 먹는 것과 함께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에 가는 것이었기 때문! 소심했던 초, 중학교 땐 학교에서 화장실 가는 게 그렇게 싫었는데, 그걸 이겨낼 만큼 나의 대장은 한결 같이 건강했고 나이를 먹을수록 이것도 복이라는 것을 알았다.
장 건강은 단순히 화장실을 잘 간다는 것을 넘어서 건강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연구를 통해 장과 뇌 건강의 연관성까지 밝혀지며 장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졌는데, 그러면서 유산균 시장도 같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게다가 유산균과 더불어 이제는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이니, 프리바이오틱스니 하는 용어들까지 등장하며, 너무 많은 제품들이 나와 있으니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싸고 양 많은 게 좋은 건지, 잘생긴 연예인이 광고하는 제품이 좋은 건지,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에서 야심 차게 개발한 제품이 좋은 건지 제대로 구분하기 위해, 일단 내가 사 먹으려는 게 정확히 뭔지 알아보자.
프로바이오틱스 (probiotics) : pro (좋은) biotics (균)
한글로는 '유익균', 말 그대로 인체에 유익한 균들이다.
우리 몸은 3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 몸에 세포 수 만큼 많은 존재가 있으니, 바로 미생물(세균) 수이다. (어떤 과학자는 세포 수보다 훨씬 많다고 하기도 한다.) 세균들은 인체 모든 곳에 존재하는데 특히 대장은 가장 다양하고 많은 세균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이다. 이런 균들의 생태계를 두고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하는데, 이런 균들 중 우리 몸에 유익한 균들을 '유익균', 해로운 균을 '유해균'이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이 '유익균'을 의미한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수록 이 세균들이 인체의 건강과 질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따라서 유익균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데, 유익균(프로바이오틱스)들의 먹이가 된다고 알려진 것이 프락토 올리고당, 갈락토 올리고당, 일부 식이섬유들이다. 그리고 이 먹이가 되는 모든 것들을 통틀어 '프리바이오틱스'라고 한다.
유산균 : 프로바이오틱스 중 하나
젖을 발효시키는 유익균. (알다시피 우유는 소의 젖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산균은 사실 수많은 프로바이오틱스 중 하나이다. ('유'산균, 우'유', 모'유' 다 같은 젖이란 의미의 '유'다) 그리고 유산균에도 매우 여러가지 종류가 있고 종류가 다양한 만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유산균의 종류도 모두 다른데, 장내 세균총은 100% 엄마로부터 물려받는다. 아기가 자궁에 있는 동안은 무균상태이지만 태어나는 순간 엄마의 질을 통과하며 생애 첫 균인 질 내 유산균(락토바실러스)을 접한다. 그리고 모유를 섭취하며 장내 세균총이 형성되어 가는데, 모유를 끊고 분유(다른 동물의 젖)를 먹기 시작하면 아직 장내 세균총이 충분하지 않아 설사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기들에게 먹이는 유산균 제품이 따로 나온다. 무튼 이렇게 유산균은 엄마의 영향을 거의 100% 받고, 산모가 아니더라도 여성 생식기 건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성 유산균 혹은 질 유산균 제품이 따로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유산균 제품을 먹으면 어떤 효과가 있나?
유산균 중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만큼 각자의 기능이 달라서 그만큼 인체에 주는 효과들도 다양하다. 유산균의 기능은 단순히 장을 건강하게 해 배변 활동만 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식기 건강 및 뇌 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미쳐 정신건강에까지 영향을 준다. (행복과 쾌감의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재료'를 만든다.) 이렇게 보면 유산균 하나만 먹으면 만병통치약인 것 같지만, 제품의 원료명 및 함량을 잘 보면 균의 이름 같이 생긴 건 보통 한 두 종류다. 유산균 중에서도 다양한 균주들이 있고, 각자의 기능들이 모두 다르며, 그 기능들이 알려진 것도 있고 아직 구체적으로는 모르는 것들이 더 많다. 그래서 똑같은 유산균을 먹어도 누군가는 유산균 효과 있다며 추천하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유산균 효과를 높여주는 유산균 복용법?
한 번 먹을 땐 꾸준함이 답, 저렴할 수록 꾸준함 공세가 필요하다.
어떤 유산균을 섭취하든 일단 체내 유익균이 다른 유해균들을 밀어내고 자리 잡게 하려면 꾸준하게 양을 넣어줄 필요가 있다. 이 때 제품에 따라서 장내 정착률이나 세균 함량 수가 다른데 이런 부분들이 잘 갖춰진 것들일 수록 (비싸고) 금새 체내에 자리 잡는다. 균들이 체내 자리 잡는데는 대략 한 달 정도 걸린다고 보는데, 어느 정도 장 건강을 비롯해 전반적인 컨디션이 좋은 채로 오래 유지된다면, 조금씩 섭취량을 줄여가도 무방하다. 비싼 걸수록 정착률이 높을테니 짧게 먹어도 되겠지만 저렴 할수록 그럴 가능성은 떨어지니 더 오래 먹어야 한다.
건강기능식품이 아니어도 섭취 방법은 있다.
돈 안 들이고 평생 유산균 먹는 방법..
우리가 아는 발효식품이 요거트, 치즈만 있는 게 아니라 김치, 된장도 있듯이 유산균 외에도 다양한 발효 식품을 만드는 다양한 유익균들이 존재한다. 발효식품이 건강에 이로운 것은 이 발효식품 섭취를 통해 이렇게 다양한 유익균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균들은 대부분 위에서 위산에 의해 사멸되지만, 왜 유'산'균이겠는가? 균 중에는 산을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어서 위산을 잘 견디고 통과하는 균도 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먹든 음식으로 먹든, 일단은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한데, 생각보다 이 '꾸준히'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식사는 매일매일 평생 이어진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먹더라도 균들이 잘 번성할 수 있는 식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걸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