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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는 과학이다

살 안쪄도 과식이 위험한 이유(feat. 먹방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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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먹방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이 있을까? 직접 찾아보지 않더라도 요즘은 TV에서도 쉽게 먹방을 보게 된다. 한국에서 시작되어 이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mukbang이란 단어가 등재되고, 해외 언론에서도 다루었는데 한 매체에서는 먹방을 'Food porn'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칼럼에서도 먹방에 대해 '식욕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해소하는 행위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포르노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주로 매우 많은 음식, 자극적인 음식, 최근 유행하는 음식 등을 먹는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인 먹방의 모습이다.

저렇게 먹는데 어떻게 살이 안찌지?

먹방을 보고 있으면 체중이 많이 나가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의외로 저 작은 몸에 저 많은 음식이 다 들어가나 싶게 날씬해 보이는 사람도 꽤 있다. 사실 먹방을 매일 찍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소화를 시키고 많은 운동량으로 대사량을 늘리면 앞에서 소개한 과식, 폭식 대처방법으로 체지방 증가를 막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방송이 끝난 후 음식을 토해내는 방법도 있지만 위와 식도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일이다.) 하지만 먹방과 같은 만성적 과식의 위험성은 단순히 '살이 찌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먹방의 위험성 1. 위가 확장되며 주변 장기들을 압박한다.

먹방 후 공복 시간을 길게 갖고, 운동을 하거나, 하다못해 구토라도 해서 해서 살이 안 찐다고 해도, 먹방이 위험한 이유는 따로 있다. 먹방을 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이라도, 작정하고 먹으면 위는 원래 크기의 30배까지 팽창한다. 한마디로 몸통 전체에 음식이 찰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 몸속에 위만 있는 것이 아닌데 위가 그렇게 팽창해 버리면 마치 임신했을 때 자궁이 주변 장기들을 압박하는 것처럼 위도 주변 장기의 자리를 침범한다. 가장 가까운 것이 횡격막과 폐인데, 그래서 너무 많이 먹고 나면 숨쉬기가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것이 위가 그 자리를 침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과식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나이를 먹은 후 (위와 가까운) 왼쪽 폐를 잘 쓰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렇게 조그맣던 일반인의 위는, 음식이 들어오면 있는대로 다 받아서 한 없이 팽창한다.

 

먹방의 위험성 2. 많이 먹어도 점점 더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단순히 위가 늘어나서 그런 게 아니다. 보통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위에 음식이 차는 것이 느껴지며 물리적인 포만감을 느낀다. 그리고 위에서는 염산, 소화효소가 분비되어 음식을 소독하고 죽처럼 부드럽게 만들어서 소장으로 전달하는데, 이때 혈당이 올라가면서 뇌에서는 인슐린과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뇌에 '배부르다'는 신호를 전달한다.

위를 비롯한 각종 소화기계는 끊임 없이 뇌와 소통하고 있다. 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과도하게' 먹기 쉽다.

문제는 너무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다. 과도하게 팽창한 위는 운동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밑으로 쳐지게 된다. (마치 위가 축 쳐지는 위하수증 같은 상태) 이 상태가 지속되면 소장으로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고 위에 오래 머물게 되는데, 소장에서 혈당을 올리지 않으니 뇌에서는 어서 혈당을 올리라고 식욕 자극 호르몬인 그렐린을 분비해 더 먹고 싶게 만든다.

많이 먹는 모습이 예쁘고 복스럽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과 같이 밥을 먹으면 혼자 먹을 때보다 더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고 더 많이 먹게 된다고 한다. (나는 주로 '맛있게 먹는 사람' 역할을 맡는다.) 앞에서 누군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뇌에서는 도파민과 같은 쾌락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인간이 가진 공감능력과 상대방을 따라 하려고 하는 거울신경 때문이다. 그래서 화면 속의 누군가가 음식을 와구와구 맛있게 먹을 때 느끼는 행복감을 보는 사람이 '같이'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다이어트로 인해 채우지 못하는 식욕을 먹방을 보며 대리만족을 해서 채운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정말 가능할까?

내가 먹고 싶었거나 궁금했던 음식을 누군가 먹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 하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저만큼까지 먹진 않으니 괜찮아 
or
나도 한 번 먹어볼까?

성인의 먹방 시청 시간에 따른 식사 행동 비교 연구에 따르면, 먹방 시청 시간이 늘어날수록 식사와 운동에 있어 건강에 해로운 습관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중파에서조차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모습에 찬사를 보내는 모습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과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낮추고, 자신의 과식을 합리화하게 만들 수 있다. 

 

20세 이상 성인의 먹방 시청 시간에 따른 식행동 비교 연구

본 연구는 먹방 시청 경험이 있는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먹방 시청 실태 조사를 통해 먹방 시청 시간에 따라체질량지수와 시청자들의 식행동(메뉴 기호도, 아침식사 빈도, 배달 음식 섭취

www.kci.go.kr

예전에 유퀴즈 프로그램에서 입짧은햇님이 출연하여, '한 시청자가 병으로 인해 입맛을 잃으신 어머니께서 자신의 먹방을 보고 입맛을 찾게 되었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이 사연은 '식욕을 자극해 입맛을 되찾은 좋은 예'이지만, 현대인의 건강 문제는 대부분 과도한 식욕과 넘치는 음식으로 인해 발생한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방송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 볼 수는 없지만, 이러한 콘텐츠들이 나에게 어떤 인식과 관점을 심어주고 있는지 분별력 있는 판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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