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거 하나는 분명히 해두고 가자. 술은 식품이지만 건강에 반드시 해롭다. 간혹 하루 한 잔의 술을 매일 마실 경우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고 긴장 완화 어쩌고 하는 연구가 있지만, 몸에 주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줄일 수 있다면 최대한 줄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얼마 전 동생을 태워 집에 들어가는 길에 갑자기 술을 마시고 싶다고 하길래 편의점에 들어갔다. 그러더니 진짜 맛있는 하이볼을 만들어 주겠다며 '화요'라는 증류주를 집어 든다. 토닉워터도 첨가당을 써서 제로 칼로리인 걸로 쓸 거고, 어디서 봤는데 증류주엔 당 첨가가 안되어 있어서 살이 안 찐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대차게 비웃어 줬다. 야 뭔 말도 안되는 소리냐 알코올 자체에 칼로리가 있는데!😹
알코올은 1g당 7kcal다. 열량은 있는데 영양소는 하나도 없다.
여기서 영양소라 함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미네랄 같은 것을 말한다. 하지만 열량은 있기 때문에 에너지를 낸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힘이...🙊) 우리는 술을 음식으로 소비하지만 몸에서는 독성물질로 간주하기 때문에 간에서 가장 먼저 대사를 한다. 다행스럽게도(?) 알코올로 들어온 에너지원은 위험물질이기 때문에 저장하지 않고 일단 다 써 없애려 한다. 그래서 몸에서는 일단 술로 흡수한 열량을 가장 먼저 쓰기 때문에 위에서 소화, 흡수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일단 저장해 버리는 것.
그렇다면 안주 없이 술만 마시면 살이 안찔까? 그렇다. 대신 위가 엄청난 부담을 가져간다. 알코올은 위에서 100% 흡수가 되는데, 아무 음식 없이 알코올이 반복적으로 그냥 노출된다는 건 위벽을 예민하게 만드는 일이다. 건강하자고 하는 다이어트 아닌가? 꼭 술을 먹고 싶다면 식사를 먼저 시작하고 식사 중후반부터 술을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술의 양? 적을 수록 좋다.
안주 없이 술만 마시면 살은 안찐다. 하지만 근 성장도 없다.
나는 항상 '다이어트를 할 때 식단은 유지할 때도 유지 가능한 식단이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유일한 예외는 바로 술이다. 근육량을 '늘려야 하는 시기'에는 술을 그냥 최대한 줄여야한다. 끊으면 더 좋다. (아, 이건 근육량 관점이다. 다이어트 후엔 술 +안주를 마구 먹었다간.. 근손실은 없겠으나 잉여 체지방 득템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술을 마시면 일단 간에서는 알코올 대사가 급선무이다. 단백질을 대사 할 틈이 없으니 근육을 합성할 여유도 없다. 술을 마시면 근육이 분해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명백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마시지 않는 것보다 근육 성장은 확실히 줄어든다는 것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마치 살이 잘 안 찌는 유전자를 가진 것처럼 하나의 축복인 것 같다. 슬프게도(?) 나는 술을 좋아하기에, 운동한 만큼 근육을 팍팍 늘리는 건 포기했다. 보디빌더 할 것도 아닌데 뭐
과식 다음날은 고강도 운동의 기회. 하지만 술을 마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바로 전 글에서 과식 다음 날은 오히려 고강도 운동을 해 줄 좋은 기회라고 했다. 그렇게 체력도 키우고 넘치는 열량도 태워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술을 마셨다면 이 '운동'이라는 치트키가 사용 불능이 돼버린다. 뭐, 이미 다들 한 번씩은 경험해 보았겠지만 술 마신 다음날의 컨디션은 지난밤 마신 술의 양에 반비례한다. 운동을 고강도로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며, 부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혹시 강심작용으로 대사를 높여 주고 지구력을 키워주는 카페인의 힘을 빌릴 생각인가? 전 날 음주로 인해 약한 탈수 상태인 몸에 또 이뇨제인 카페인을 넣는 것은 수분을 더 빼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땀을 일부러 더 배출하는 사우나도 좋지 않다. 개운한 기분은 말 그대로 그냥 기분 탓이다. 그럼 술 마신 다음날은 뭘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몸이 정상 상태로 돌아올 때까지 쉬면서 기다리는 것이 답.
술을 많이 마셨을수록 다음 날 자극적인 국물이 당기는 건 그냥 그 음식을 좋아하거나 술이 덜 깼기 때문이다. (술에 취하면 자극적인 음식이 당긴다.) 실제로 알콜은 생각보다 우리 몸에 오래 머문다. 성인 기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간을 기준으로 시간당 8-9g의 알콜을 분해한다고 한다. 소주 한 병을 기준으로 계산 해 보면 6-7시간이 지나야 알콜이 모두 사라진다. 물론 사람마다 갖고 있는 알콜 분해 효소의 종류와 양이 다르기 때문에 이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 늦게까지 술을 마셨을 수록 전 날 과식을 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아침에 특별히 배가 고프지 않다면 공복시간을 좀 더 길게 가져가는 것도 좋다. 전해질을 채워줄 수 있는 생수와 이온 음료를 마셔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음주를 할 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일단 저장을 해서라도 챙겨 두면서, 비타민과 미네랄은 그렇게 손실이 된다는 건 참 화나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때만큼은 종합비타민과 비타민C, 야채를 챙겨 먹어보자.
아, 동생이 만들어준 화요 하이볼 후기를 전하자면, 하도 동생이 박박 우겨서 계산을 해봤다.
(화요는 증류주라 일단 첨가당이 없어 알코올 g당 7kcal를 곱해서 계산해도 무방하다.)
하이볼에 들어간 화요는 10ml였고, 도수가 25도니 알코올의 양은 2.5g.. 17.5kcal에 제로 탄산수를 썼으니.. 음.. 살 안 찌는 거 인정😒
'다이어트는 과학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어트보조제, 다이어트약.. 제대로 효과 보려면? (1) | 2022.08.18 |
---|---|
살 안쪄도 과식이 위험한 이유(feat. 먹방의 위험성) (2) | 2022.08.17 |
의외로 쉬운 '폭식, 과식했을 때 대처 방법' (4) | 2022.08.11 |
다이어트 할 때 단백질을 꼭 체크해야하는 이유! (4) | 2022.08.10 |
살 빼려면 일단 적게 먹는 게 답? (어디까지 줄여야 해..?) (2) | 2022.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