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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과학이다

'체력'을 키우고 싶다면서 왜 헬스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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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PT를 하면서 만난 여성 회원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한 '운동의 목적'은 의외로 다이어트보다는 체력이 더 많았다. 그래서 난 기뻤다. 아주 좋은 방향이다. 그리고 체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운동이 맞다. (물론 여기에 규칙적인 식사와 휴식도 포함! )
그런데 체력을 키우기 위해 대부분 헬스장에 먼저 가고, 그곳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주로 배운다. 물론 웨이트 트레이닝도 체력 향상을 위해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은 맞는데, 대부분 웨이트 트레이닝'만' 위주로 한다. 헬스장이 주변에 가장 많기 때문일까..? 필라테스는 헬스보단 체력을 덜 키워주나? 달리기나 요가로 시작하면 안 되는 걸까?
체력 향상을 하고 싶은데 '헬스'만 하는 건 마치 대학을 잘 가고 싶은데 수학공부만 하는 것과 같다. 보통 경쟁이 치열한 대학에 합격하려면 수학도 잘해야 하고 국어도 잘해야 하고 영어, 사회, 과학 등 다양한 과목을 공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체력을 키우고 싶다면 건강체력 5가지 요소(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유연성, 신체조성)를 모두 향상해야 한다.  

근력 : 내 근육이 낼 수 있는 힘

가장 흔하게 시작하는 운동인 '헬스'로 향상시킬 수 있는 체력 요소이다. 사실 '헬스'라는 종목은 없고 정확히 말하면 '중량을 가지고 하는 운동',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집에서 영상을 따라 하는 홈트레이닝도 대부분 이 웨이트 트레이닝에 속한다. 필라테스도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근력 향상 운동에 속한다. 이런 '근력 향상' 운동들은 밀든 당기든 들어 올리든, 일정 횟수를 수행하며 '힘'을 기른다.

이런 근육 빵빵 이미지를 보면 왠지 체력이 엄청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운동을 '저항성 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는 항상 힘에 대해 저항하고 있다. 중력이 우리를 바닥으로 끌어당겨 한 없이 누워있고 싶지만 우리는 하체 근육과 척추기립근의 힘으로 중력에 저항하며 무거운 머리를 위로한 채 바닥을 딛고 꼿꼿하게 서서 직립 보행을 한다. 더 큰 힘에 저항하는 연습을 할수록 우리의 근육은 더 강해진다. 그래서 그렇게 무거운 쇳덩이들을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고, 양팔과 발끝으로만 바닥을 딛고 몸통을 밀어 올리는 푸시업을 하고, 철봉에 매달려 내 몸을 끌어당기는 등 각종 저항을 주며 운동을 하는 거다. 근력이 부족하면 본인의 체중조차 버거워 오래 서있거나 앉아 있는 것, 오래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들다. 중력에 저항하며 계단을 올라가는 것조차 버거운데 산을 올라간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자 그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하체 근력을 키우고 나면, 깊은 땅속을 달리는 지하선 6호선에서 내려 출구까지 계단으로 한 번에 올라갈 수 있을까? 음.. 운동을 하기 전보단 낫겠지만 웨이트 트레이닝만으로는 부족하다.   

근지구력과 심폐지구력 : 근육과 심장, 폐가 높은 출력을 버티는 힘

헬스를 해서 더 힘 센 다리를 만들었는데, 천국의 계단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은 왜 아직도 이렇게 힘이 든 걸까? 그 이유는, 긴 계단을 오르려면 내 체중을 들어 올리는 근력도 필요하지만, 그걸 계속 지속하는 지구력,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충분한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는 심장과 폐의 지구력은 웨이트 트레이닝만으로 길러지진 않기 때문이다.

중량 운동은 잘하는 친구가 달리기나 등산을 못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수학을 잘한다고 영어를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한 세트가 길어야 1-2분 안에 끝난다. 심장과 폐, 근육이 오래 버틸 필요가 없다. 지하철에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거뜬히 일어나는 것은 근력의 영역이다. 하지만 이제 그걸 들고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연속해서' 오르는 것은 '지구력'의 영역이다. 한 칸을 살짝 올라가는데 필요한 건 '근력'이지만, 이제 그걸 '오래' 지속하는 힘은 '근지구력'이고, 이때 에너지원을 계속 태울 수 있도록 산소를 빨아들여 공급하는 힘은 폐와 심장의 지구력, 즉 심폐지구력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마동석처럼 엄청나게 크고 강한 근육을 가졌다 하더라도, 심폐지구력 훈련이 없다면 장거리를 장시간 이동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미션이 될 것이다. 

유연성 : 근육이 늘어날 수 있는 범위

체력 요소 중 어쩌면 가장 대접을 못 받는 요소가 바로 이 유연성이 아닐까 싶다. 대표적인 유연성 향상 운동은 요가와 스트레칭인데, 근육을 수축하기보단 이완하는 동작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유연성이란 요소가 '힘'이나 '강한 체력'과는 왠지 안어울리는 것 같지만, 사실 유연성은 근육이 힘을 쓸 때 근육의 협응을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우리 몸은 한쪽이 수축하면 한쪽은 이완을 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팔을 앞으로 구부려 이두(알통)가 튀어나오게 해 보자. 그럼 반대쪽 삼두(팔뚝 쪽 근육)는 늘어난다. 단편적인 예이지만, 모든 근육들은 최소 한 개 이상의 근육과 연관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 근육이 충분히 늘어나 주지 못하면, 그 근육과 협응 하는 근육 또한 움직임에 제한이 생긴다. 발목이 뻣뻣해서 스쿼트 자세가 안 나오거나, 햄스트링이 뻣뻣해서 데드리프트를 할 때 허리가 굽는 것도 이런 예이다.

운동 후, 그리고 일상에서도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면 유연성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신체조성 :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신체의 조성

인바디..를 떠올렸다면 그건 체성분 측정기 회사 이름이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하다. 적당한 양의 체지방과 근육량인 '신체조성'이 바로 건강 체력의 5가지 요소 중 한 가지다. 다이어트의 90이 식사라면 체력 향상의 90은 운동..이라고 굳이 라임을 맞춰 보고 싶지만, 사실 숫자만으로 중요성을 표현하는 건 무의미하다. 당장 운동이 살을 빠르게 빼주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꼭 필요하듯이, 적절한 신체조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장기적으로 좋은 체력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하다. 신체 조성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우리가 입에 넣는 것들이다. 건강한 식생활은 단순히 다이어트만이 아니라, 체력을 향상시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도 평생 이어가야 하는 습관이다.

이렇게 세상엔 다양한 운동이 있고, 각 운동마다 효과적으로 향상시키는 체력의 요소가 다르다. 한 운동을 집중적으로 할 때 다른 체력 요소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주긴 하지만 아주 좋아지진 않는다. 수학을 아주 잘하면 과학을 잘할 가능성도 높아지지만 영어 점수가 오르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게 되면 근력이 좋아지고 근지구력도 어느 정도는 좋아질 수 있지만 심폐지구력이 좋아지진 않는다. 한 가지 운동만 하는 것이 백 프로 틀린 건 아니다. 간혹 한 가지 과목을 유독 잘해서 특별 전형으로 대학을 가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운동의 경우 그런 사람들을 '엘리트 선수'라고 부른다. 선수를 하고 싶은가? 그게 아니라면 한 가지 운동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고, 체력향상에 효과적이지도 않다. 건강을 위해 '편식'하지 말아야 하듯이, 운동도 '편운'하지 말고 골고루 하는 것이 건강한 체력을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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