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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과학이다

당신이 몰랐던 '지방 태우는 운동'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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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연비가 좋은 이동수단이 있는데, 바로 우리 몸이다. 그리고 엄청난 저장성과 에너지 효율을 자랑하는 연료가 있는데, 바로 체지방이다. 에너지 고갈이 문제인 이 시대에 이렇게 좋은 에너지원인 체지방인데, 우리는 너무 넘쳐서 어떻게 해서든 지방을 없애고 싶어 한다. 그래서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려고 하니, 살 빼는 운동, 뱃살 빼는 운동은 유산소운동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헬스장에서는 런닝머신, 실내사이클 자리가 핫플인 경우가 많다. 옷걸이가 되었을지언정, 집에 러닝머신이나 실내자전거 하나쯤은 반드시 갖고 있다. (당장 없더라도 한번도 없었던 적은 없을 것이야..)

유산소 운동..? 🤔
달리기랑 수영, 자전거 타기 같은 거..?

유산소운동이란 말 그대로 '산소를 사용하는' 운동이다. 지방을 태우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한데, 유산소 운동을 하면 산소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유산소 운동 = 지방 태우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쉽게 말해, 안정적으로 숨을 쉬고 있을 때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계속 태운다는 말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저강도 운동이 지방을 많이 태운다'는 말도 있었다. 그리고 이 '많이'라는 말의 의미가 상당히 왜곡되어 전달된 것 같다. 

유산소 운동에서 강도가 더 높아지면 무산소 운동으로 넘어간다.

사실 유산소운동, 무산소 운동으로 운동의 종류를 나눌 수 없다. 왜냐하면 유산소와 무산소를 나누는 기준은 '산소를 빨아들여 지방을 태우는 것으로 에너지원을 충당할 수 있는가(=유산소), 없는가(=무산소)'이다. 즉, 우리가 호흡으로 빨아들이는 산소를 이용해서 지방을 태워,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얼마나 숨을 헐떡거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지'에 따라 '그렇다'면 무산소, '그렇지 않다'면 유산소 운동인 것이다. 지난 글에서, 걷기가 운동효과를 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걷기를 할 때는 최대 속도로 걷지 않는 이상 숨이 차지 않는다. 그래서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운동 전후로 꼭 해주어야 하는 스트레칭도 따지고 보면 유산소 운동이긴 하다.

유산소, 무산소 운동을 나누는 기준은 '운동의 강도'이고, 운동 강도는 심박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대 심박수에 가까울 수록 우리 몸은 산소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는 걸 알 수 있고, 그만큼 에너지원을 엄청나게 태우고 있다는 것이다.

2022.08.25 - [건강은 과학이다/운동] - 걷는 걸로 운동이 될까? 하루 만 보 걷기 진짜 효과 있어?

 

걷는 걸로 운동이 될까? 하루 만 보 걷기 진짜 효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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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대심박수 알아보기

 

적정심박수 구하기(Heart Calculator)

적정심박수 산출하기(Heart Calculator) 나이와 안정시의 심박수를 입력한다(안정시 심박수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을 때의 심박수). 남녀 성별을 선택한다. 여러분이 알고 있다면 최대심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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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어보면 지방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은 유산소 운동이고, 유산소 운동은 그렇게 '힘들게' 운동하지 않는 강도다. 너무 '힘들게' 해 버리면 무산소 운동이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정말로 우리가 흔히 유산소 운동으로 알고 있는 수영, 달리기, 자전거 타기를 하더라도 숨이 헐떡거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면, 그때는 '무산소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강도에 너무 금방 도달해 버리면 우린 운동을 지속하기가 힘들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 완전히 '무산소'영역에 들어가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운동을 멈출 가능성이 높다.

그럼 무산소운동을 할 때 우리 몸에선 지방이 아닌 뭘 태우는 걸까?

무산소 운동으로 넘어가면 들이쉬는 산소로 지방을 태우고 할 여력이 없어서, 우리는 근육에 저장된 탄수화물(글리코겐)까지 끌어다 쓰려고 한다. 문제는 산소를 사용해서 태울 때(=유산소 운동을 할 때) 나오는 에너지(ATP)가 32~38이라면, 산소 없이 (=무산소 운동으로) 태울 때 에너지(ATP)는 달랑 2밖에 안 나온다. 게다가 젖산이라는 피로물질까지 나오면서 혈액은 산성화 돼가고, 혈액이 산성화 될수록 우리 몸은 '피곤하다'라고 느낀다.
그런데 완전히 최대 한계치(최대 심박수의 90~100%)까지는 아니어도, 한계치(최대 심박수의 80~90%)에 머물며 운동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단거리 (5~10km) 마라톤을 뛰거나,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고 있거나, 코치와 함께 운동을 하고 있어 마음대로 운동을 멈추기 어려울 때, 보통 너무 힘들지만 일단은 지속해 본다. 개인의 체력마다 다르지만, 그렇게 하면 혼자 할 때보다 조금 더 운동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물론 운동이 끝나고 나면 체력 고갈이 상당히 크고, 회복에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이때부터, 우리 몸은 비로소 다시 '유산소 모드'로 들어가는데, 몸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에너지원은? 바로 지방이다. 그리고 이후에 하는 식사에서 남는 에너지원이 생기면 인체는 이 에너지원을 '지방'이 아닌, 글리코겐(탄수화물)을 간과 근육에 채워 넣는다. 

당장 더 많이 쓰는 에너지원은 탄수화물이지만, 그 후엔 지방도 더 많이 쓰게 된다.

얼마나 태우는지가 중요하지, 무얼 태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그래도 유산소운동은 따로 해 주는 것이 좋다.

우리가 보통 악마의 운동이라고 알고 있는 버피 동작은 하면 할수록 심박수가 빠르게 올라가고, 웬만한 체력이 아니고서는 유산소존은 커녕 한계치에서 운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살이 잘 빠지는 것으로 유명한 건 '힘들기 때문'이다. 버피를 하다 보면 금세 무산소 호흡으로 넘어가서 젖산을 많이 만들고, 힘들기 때문에 운동은 10~20분밖에 못한다. 그럼에도 끝난 후에 근육과 젖산 수치를 정상으로 회복하느라 '추가 연소'가 크다. 저강도 운동이 지방을 많이 태운다고 해도,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절대량 자체가 너무 적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몸을 좀 더 활력 있게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심장과 폐, 근육이 더 강해지도록 자극하지 않기 때문에, 운동이 끝난 후에도 특별히 회복할 것이 없고, 그러니 추가 연소할 일도 없다. 

가벼운 유산소 구간을 지속하는 것은
심폐지구력을 키우는 좋은 훈련이다. 

한계치의 운동이 지방을 더 잘 태운다고, 늘 한계치까지 밀어 붙이는 운동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박수가 유산소 존 (최대 심박수의 70% 이하)에 머무는 강도의 운동은 '너무' 힘들지는 않기 때문에 지속시간을 늘릴 수 있고, 심장과 폐가 오래 버틸 수 있는 강도다. 운동 시간을 오래 늘리며 '심폐지구력'을 키우기 좋은 강도인셈이다. 걷기의 운동 효과에 대한 글에서도 말했듯이, 필요 없는 운동은 없다. 운동을 오로지 '지방을 태우는' 관점에서만 보는 것보다는, 어떤 운동이 나의 몸에 정확히 어떤 변화를 주는지를 제대로 알고 운동의 종류와 강도를 선택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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