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건강관리 코칭을 할 때, 식사 관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운동에 관한 부분이다. 하지만 운동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그럴 때는 걷기부터 시작해 보길 추천하기도 했다. 걷기는 운동 습관이 전혀 없는 일반인이 가볍게 시작하기 좋은 활동이며, '만 보 걷기'가 사망률을 현저하게 낮춘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만보기'가 건강 아이템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뱃살 빼는 운동으로 걷기를 소개하는 것도 본 적이 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는 그 기준이 조금 달라지면서 7000보를 걷는 것이나 만보를 걷는 것이나 그 효과는 비슷하다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다. 자 그럼 이제 하루 7천보만 걸으면 '운동'을 했다고 할 수 있고, 건강해질 수 있을까?
일단 활동량을 늘리기 위한 '시작'의 단계.
걷기는 정말 누구나 할 수 있고 부담이 없다. 운동을 정말 극도로 싫어하고 평소 움직임 자체가 너무 부족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힘든 사람들도 적어도 걸어서 화장실 정도는 가고, 차에서 내려서 엘레베이터까지라도 걷는다. 코로나가 끔찍했던 건, 안 그래도 활동량이 부족한 현대인들을 집 안에 머물게 했으니 재택근무까지 하는 사람은 하루에 500 보도 걷지 않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확진자보다 확'찐'자가 더 많아졌다는 농담이 사실 농담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며 살이 찐 사람들은 회식이나 외식이 늘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움직임이 줄어든 것도 꽤 영향이 크다. 대학생 시절엔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아도 강의실마다 옮겨 다니고, 교통비라도 아끼기 위해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며 '최소한의 움직임' 만큼은 사수했다. 체중감량이 필요하거나 체력이 약하다 싶은 사람은 일주일 정도만 자신의 걸음수를 체크해 봐도 자신이 얼마나 움직이지 않는지 체감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하루 30분에서 한 시간 땀이 나도록 운동을 한다? 다음날 컨디션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게 이상하다. (물론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적응해야 하지만 가뜩이나 운동도 싫은데 피곤함까지 적응하라는 건.. 🥺)
일상을 이어가는데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운동을 시작하려면, 일단 하루 걸음수를 2000보씩만 늘려가면서 몸에서 에너지를 점점 더 쓰게 만드는 것이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걷기'는, 거의 '사망'에 가까운 움직임에 가하는 심폐소생술 같은 개념이다. 일단 살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결국은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운동이란 우리 몸에 인위적인 스트레스를 가해, 그 스트레스를 몸이 극복해 내는 경험을 쌓아감으로서 외부 스트레스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약한 병원균을 주입해 면역력을 만들어내듯이, 몸이 다치지 않을 만큼의 스트레스를 주입하고 이겨냄으로써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걷기는 너무나도 일상에 가까운 활동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스트레스라고 보기 어렵다. 평소보다 먼 거리를 빠르게 걷는다면 약간의 자극을 줄 수 있지만 애초에 우리 몸은 걷기에 많은 에너지를 쓰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다만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나 갓 걷기 시작한 아이, 노약자, 그리고 남들보다 훨씬 더 무거운 몸을 가진 고도비만의 경우라면 걷는 것으로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 사실 고도비만이나 노인의 경우 걷기가 '효과적'이라기보다는 관절에 가해질 부담 때문에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 제한되다 보니 걷기를 권한다. 여건이 된다면 차라리 수영이 에너지 소비량은 훨씬 더 높다.
걷기는 달리기와 다르게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거리를' 갈 수 있도록 발달한 움직임이다. 달리기와 비슷하게 다리를 쓰지만 주로 사용하는 근육은 종아리와 발목, 허벅지 바깥 근육 정도이며, 엉덩이 근육의 사용도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대퇴사두(허벅지 앞),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은 사실상 보조만 한다. 그래서 (매일 열심히 걸으시는 우리 엄마에게 죄송하지만) 걷기의 운동효과는 사실상 0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그저 최소한의 움직임일 뿐이다. 물론! 안하는 것보단 낫다.
걷기로 운동 효과를 보고 싶다면..
어쨌든 우리는 운동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거나, 노화에 저항하며 최대한 현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그런 측면에서 그냥 걷는 것은 우리 몸에 '운동으로서' 충분한 자극을 주지 못한다. 활동량이 너무 부족해서 일단 걷기부터 시작하는 것은 좋은 시도이지만 결국 점진적인 과부하를 주어야 한다.
일상의 걸음 수를 5000보 정도까지 늘려 봤다면 이제 하루 30분 정도는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이제부턴 강도를 올려야 한다. 강도를 높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1. 속도를 올리거나 2. 경사를 높이거나 반면에 추천하지 않는 것은 걸음수만 계속 늘리거나 뒤로 걷거나 손에 덤벨을 들고 걷는 것이다. 걸음수만 늘리는 것은 효율이 너무 떨어지고, 뒤로 걷기나 덤벨 들고 걷기는 효과에 비해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걸음 '수'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같은 거리(혹은 같은 걸음 수)를 더 짧은 시간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속도가 더 빨라지고 달리기에 사용되는 큰 근육들의 관여도를 높일 수 있다. 경사를 오르는 것 또한 다리를 더 높이 들어 올리고 중력에 더 많은 저항을 해야 하다 보니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 근육이 상당히 많이 쓰인다.
때로는 그냥 걷자
운동으로서의 걷기는 효과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걷는게 하등에 쓸모없는 활동이란 건 아니다. 운동의 관점에서 효과는 떨어질지 몰라도 걷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움직임이며, 정신을 맑게 하고 두뇌 활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햇빛을 받으며 가볍게 산책할 때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진다. 이렇게 능동적 휴식으로서의 산책은 우리의 정신건강에 매우 좋으며, 정신의 건강은 '호르몬'이란 신호를 통해 몸의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살다 보면 몸이 너무 지쳐 운동을 하기 힘든 날도 있다. 몸이 피곤하다기보단 신경이 피로한 날. 그런 날엔 가볍게 산책을 하는 것이 그냥 가만히 앉아 쉬는 것보다 더 좋기도 하니, 산책이란 좋은 취미를 버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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