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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과학이다

팔뚝살 빼기, 허벅지살 빼기 가능?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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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 나에겐 소중한(?) 맥주병이 하나 있었다. 내가 마신건 아니고 어디서 맥주병으로 종아리를 밀면 다리가 얇아진다는 말을 듣고 고등학생인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분리수거함에서 맥주병을 구해와서 열심히 다리를 밀었(?)었다. 현재, 내 다리는 (아마도) 그때보다 지금 더 튼실해져서 내가 산으로 들로 뛰어다닐 수 있게 열일 중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의 기준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인터넷에는 '종아리살 빼는 운동', '뱃살 빼는 운동', '허벅지 안쪽살 빼는 운동', '팔뚝살 빼는 운동' 등 당신이 '마음에 안 드는' 부위를 얇게 만들어 준다는 말로 유혹하는 컨텐츠, 상품들이 인기를 끈다. 

제발 효과 있다고 말해 줘

내가 팔뚝살을 빼고 싶다고 치자. 그럼 팔에 '열감을 주는', 혹은 '지방 분해 효과가 있는 무슨 성분이 몇%나 들어간', '연예인 000가 쓴다는' 마사지 크림을 바르고, 팔뚝살을 '박살' 내준다는 운동을 하면 팔뚝살만 쏙 빠질까? (말하지 않아도 알잖아요..)

우리가 어떤 운동을 하든, 일단 움직이면서 에너지 소비량이 높아지면 혈액에 있는 당만으로는 에너지원이 부족하다 느끼고, 지방을 더 분해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그러면 전신의 지방 세포에서 지방이 분비되고 이렇게 분해된 지방을 혈액을 타고 운동을 하고 있는 근육에 가서 에너지를 공급한다.
즉, 내가 팔뚝살을 빼겠다고 팔 근육을 열심히 움직이면, 그 주변의 지방을 바로 갖다 쓰는 게 아니라 혈액을 타고 '배달된' 지방을 쓴다는 거다. 그리고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쓰기 좋아하는 지방은 겉에 있어서 우리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우리가 빼고 싶어하는 '피하지방'이 아니다. 있어도 당장은 티 안나는 '내장지방'을 먼저 쓴다. (슬퍼하지 말자. 내장지방이 수치가 높아서 중성지방이며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높은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면 내장지방을 줄이는 건 생각보다 쉽다. 자꾸 폭식으로 지방 리필을 해서 그렇지.)

부분 살빼기는 불가능하지만
부분 키우기는 가능하다

그렇다. 우리가 암만 다리 살을 빼겠다고 다리 운동을 한들, 다리 살만 쏙 빠지진 않는다. 전신에서 체지방이 조금씩 줄어들고, 그 과정에서 다리에 붙은 체지방도 같이 줄어드는 것이다. 
부분 살 빼기는 지방분해 시술을 제외하곤 불가능하지만, 부분 '키우기'는 가능하다. 바로, 근력운동을 통해서! (반대로 말하면.. 운동 안한 부분은 근육이 '안 생긴다'는 거다..🥲🥲)

근력운동을 하는 것도 무게와 횟수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은 달라질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근육 크기를 크게 만드는 방향이 있다. 이 방법을 활용해 적절히 몸의 볼륨을 키우면 더 비율이 '좋아 보이게' 만들 수는 있다. 팔만 얇아지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등과 가슴 근육을 발달시키면 상대적으로 팔은 얇아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더 먹지만 않으면 체지방도 조금씩 감량되며 효과가 더 드라마틱하게 보일 수도 있다. 

누구나 약간의 콤플렉스는 있을 수 있지만, 사이즈에 대한 강박은 이제 벗어났으면 한다.

 이런 글을 쓸 때마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부분 살빼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제품이나 콘텐츠가 이만큼 소비된다는 것은 그만큼 '부분 살빼기'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이다. 나는 그 수요가 근본적으로 '자신의 사이즈'에 대한 불만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하체 비만 콤플렉스'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상체는 마른 편이었던 나는 상의나 원피스를 살 때 옷이 안맞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생존운동부터 시작해서 운동쟁이 8년차인 지금, 인터넷에서 옷을 사는게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운동을 했다지만, 살이 더 찐 것도 아닌데도, 뭘 사도 내 몸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건 내가 아니라 작은 사이즈 위주, 마른 모델 위주의 패션 시장이 잘못 된 거 아닐까? 과체중 혹은 비만이라면 다이어트는 필요하고, 어디 살이 빠지든 일단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은 시도다. 하지만 난 '00살을 박살 내자'며 내 몸의 '특정' 부위를 미워하게 만드는 컨텐츠에는 보이콧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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