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에 눈을 일찍 뜨는 편인데, 그건 내가 부지런해서라기 보다는 '배가 고파서'가 맞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심지어 그 바쁘다는 고3 시절에도 아침은 무조건 '푸짐하게' 먹고 등교를 할 정도로 아침 식사는 필수인 가정에서 자랐다. 그래서 나는 아침식사는 무조건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다이어트 컨설턴트로 처음 일 할 때도 다이어트를 위해 삼시세끼와 함께 아침식사를 강조했다. 그리고 그 근거로 이런 얘기들을 하곤 했다.
아침을 먹으면 신진대사를 높일 수 있어요.
다이어트 할 때 그렇게들 높이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대사량 아니던가? 특히 기초대사량 같은 건 숨만 쉬어도 살이 빠지는 것 같아서 어떻게든 높이고 싶다. 그런데 아침을 먹으면 신진대사가 올라간다. 우리 몸은 공복 상태일수록 흡수가 빠르게 일어나는데, 식사를 통해 쉬고 있던 위장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음식이 소화 흡수되면 혈당이 올라가면서 에너지를 태우기 시작하며 자는 사이 떨어진 체온도 올라간다. 그런데, 이게 꼭 아침을 먹어야만 가능한 걸까?
아침에 일어나 신진대사를 활성화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기, 스트레칭이나 요가하기, 산책하기,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등..! 물 마시기를 제외한 다른 것들의 공통점이 보이는가? 바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아침을 먹는 것도 이 많은 방법들 중 하나일 뿐, 아침 식사의 대단한 효과까지는 아니다. (아침 먹고 다시 자면 뭐..😒)
아침을 안 먹으면 점심에 과식을 하기 쉬워요.
사실 이 말은 딱히 생리학적 근거는 불충분한 것 같지만, 경험상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말이다. 아침은 영어로 breakfast인데, break (깨다) + fast (공복) 이 합쳐진 말이다. (야식을 먹지 않았다면) 수면 시간 동안 오래 지속되었을 공복을 깨는 식사인 것이다. 즉, 꼭 이른 오전 시간에 먹어야만 아침이 아니라 일단 첫 끼를 먹어 공복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 시간 동안의 공복은 분명 필요하지만, 이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배고픔이 심해지고 이는 스트레스를 유발해 첫 끼니에 과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나 이미 체중이 증가해있다면, 배고픔과 스트레스로 인해 강력해진 식욕, 그리고 평소 고칼로리 음식을 먹던 습관의 이중 펀치를 맞느니 차라리 아침 식사로 배고픔이라도 줄여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아침을 안 먹고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
실제로 아침을 먹지 않고 점심에 첫 끼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리고 그들이 꼭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것도 아니다. 또한 너무 심한 과식이 아니라면 한 끼에 800kcal씩 먹어도 하루 섭취 칼로리가 1600kcal 밖에 되지 않는다. (성인 남성 기준 권장 섭취 칼로리는 2100kcal이다. 물론, 개인차는 있다.) 공복 상태일 때 편하고 집중이 잘 되는 사람이라면 아침 식사를 조금 더 미루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을 아침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다고 하기도 한다.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식사를 해 버리면 오히려 운동에 방해가 되고 소화도 못 시킨다. 그런 사람들까지 식단 조절을 하겠다고 모두 억지로 아침을 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면, 아침 식사 대신 먹는 음식들, 그리고 점심으로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식사 기록이 필요하다! 공복 상태인 위에 빠르게 혈당을 올리는 단 커피나 과자류를 주로 먹는 건 아닌지, 점심에 고탄수화물, 고열량 식사를 하고 있다면 그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 아침을 먹는 것이 개선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아침 식사도 간헐적 단식도 식사 패턴 중 하나일 뿐,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식단관리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 아침을 먹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식사를 하거나 배가 부른데도 음식을 밀어 넣는 것, 당과 지방 뿐인 간식을 무의식 중에 계속 먹는 것, 빈 속에 커피를 마시는 것들은 식단관리에서 오답이다.
연인 간에도 좋아하는 행동을 10개 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행동 한 가지를 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처럼, 몸도 마찬가지다. 아침을 먹든 간헐적 단식을 하든, 몸이 싫어하는 그 한 가지를 안 하도록 실천해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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