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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과학이다

마라톤, 사이클 대회 준비 전 '글리코겐 로딩'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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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년 전부터 2030 세대 사이에 빠르게 유행하기 시작한 운동 '마라톤'. 나 또한 5년 전까지만 해도 급식소로 달려가야 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는 내 생애 달리기는 없을 줄 알았는데, 3년 간 러닝크루에서 활동하더니 이제는 한 달 뒤 풀코스 마라톤을 앞두고 있다. (역시 인생 모른다.) 우리 러닝크루에서 42.195km 풀코스를 이미 완주해 본 '마라톤 선배'는 항상 이런 말을 하곤 했다.

풀코스를 뛰어보지 않은 자, 인생을 논하지 말라. 
올해 10월23일에 열리는 대망의 춘천 국제 마라톤에서 생애 첫 풀마라톤에 도전한다.

크.. 아직 나는 풀코스를 뛰어보지 않아서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적어도 풀코스를 달리는 동안 소비하게 되는 칼로리만 봐도 저 말이 상당 부분 맞는 말 같다. 일반적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달렸을 때 '활동 칼로리만' 3000 ~ 4000kcal 소비한다고 한다. 거기에 기초대사량까지 합해지면 적게 잡아 1300kcal이라고 잡아도 최소 5000kcal를 하루 만에 태우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운동 후 회복에 쓰이는 열량은 계산도 안 한 상태. 
물론 경기 중에도 중간 중간 파워젤과 스포츠음료로 열량을 보충하지만 한 팩에 많아봤자 나름 에너지가 집약된 스포츠 젤도 65~90kcal 정도로 저 열량을 커버하기엔 택도 없다. 결국 몸에 저장된 에너지원을 끌어다 쓸 수밖에 없는데, 이론적으로는 물론 지방이란 엄청난 에너지 저장고가 있으니 충당이 가능할 것 같지만, 세상만사 그렇듯이 우리 몸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현실은 지방, 근육, 그리고 체내 저장된 탄수화물을 돌아가면서 쓰는데, 우리 몸은 아무래도 탄수화물을 더 좋아한다. 항상 나는 탄수화물을 '현금'에 비유하곤 하는데, 정말 당장 급할 땐 현금이 제일 든든하듯이 안정적인 경기를 위해서는 탄수화물(현금)을 체내에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탄수화물이 많아야 근 단백질도 적게 쓸 거 아니겠나..근손실은 못 참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몸에 탄수화물을 저장하는 건 한계가 있다. (지방은 한계가 없다^^) 간은 400kcal, 근육은 최대 2000kcal...이지만 이건 보디빌더만큼 근육이 많은 사람의 이야기고, 일반인인 우리는 1400kcal 정도라고 한다. (일단 나까지도 일반인이라고 하자) 앞에서 풀코스에 필요한 열량에 비하면 참 이것도 넉넉해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도 우린 탄수화물을 최대한 저장하고 싶다. 왜냐하면 탄수화물은 단순히 열량 공급만 하는 게 아니다. 
탄수화물이 있어야 포도당 공급 속도가 더 빠르고, 그로 인해 뇌에서는 쉽게 말해 '멘탈을 더 잘 잡을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한다. 그 마라톤 선배가 풀마라톤을 뛰어봐야 인생을 논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장거리 경기는 정말로 멘탈 싸움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글리코겐 로딩(카보로딩)이다.


탄수화물을 우리 몸에 저장할 때 '글리코겐'이란 형태로 바꿔서 저장한다. 즉 글리코겐 로딩이란, 우리 몸에 평소보다 '더 많은 탄수화물을 저장'하는 작업이다. 정확히 말하면 간이 아닌 근육에 저장하는 양을 늘리는 건데, 실제로 글리코겐 로딩을 하면 20% 정도 수행 능력 향상을 보인다고 한다. 쉽게 말해, 내가 27km 지점에서 배고프고 힘이 들었다면, 글리코겐 로딩을 하면 5km 정도는 더 갈 수 있다는 것. 결국 기록을 단축하고 싶든, 경기를 최대한 덜 힘들게 끝내고 싶든, 효율적인 연료인 탄수화물을 최대한 저장해 두는 게 유리하다. 

그래서 글리코겐 로딩을 
어떻게 하는 건데?

과거의 글리코겐 로딩법은 다소 잔인(?)했다. 경기 일주일 전부터 3일간은 고강도 훈련 +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고, 3일간은 가벼운 훈련에 고탄수화물 식사를 하는데, 이게 효과는 좋았지만 선수의 몸에는 말 그대로 '못할 짓'이다. 죽어라고 하루 종일 운동하는데 밥을 안 먹이니, 저혈당, 위장장애가 발생하고 집중이 안되니 부상도 는다. 게다가 회복도 느려서 글리코겐 로딩을 하면 경기력은 좋아지더라도 선수의 몸과 마음엔 부담이 너무 컸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는 인간적으로(?) 경기 7일 전부터 운동 강도를 점점 줄여가면서 고탄수 식사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마라톤 하는 사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마라톤 경기 아침에 '글리코겐 로딩' 한다면서 빵 같은 걸 먹는 경우가 있는데, 말 그대로 진짜 농담이니 런린이(러닝 초보)는 걸러 듣길 바란다. 애초에 10km 경기 정도엔 글리코겐 로딩이 필요 없다. 물론 대회 3시간 전에 가벼운 탄수화물 섭취도 좋지만 이걸 로딩이라고 보진 않는다.
글리코겐 로딩은 경기 2-3일 전부터 경기 '전날까지' 꾸준하게 먹으며 탄수화물을 충전하는 작업이다. 경기 직전에 먹은 탄수화물은 그냥 분해되어 혈당이 되어 혈액 속에 돌아다닐 뿐 근육에 바로 뿅 저장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소화가 돼서 분해되면 다행) 탄수화물이 글리코겐으로 근육에 저장되려면 하루는 걸리기 때문에 경기 전 며칠 간 꾸준히 충분하게 고탄수화물을 먹어줘야 한다. 

고탄수화물의 기준은?
하루에 7~12g/체중kg 의 탄수화물 (음식의 중량이 아닌 순수 탄수화물의 양)

일단 기준은 이렇긴 한데, 이런 연구는 대부분 엘리트 선수를 기준으로 한다는 걸 잊지 말자. 우리는 엘리트 선수 급이 아니니 양심적으로 7g 정도로 잡고, 70kg 성인 남성 기준으로 보면 490g의 탄수화물을 '하루에' 먹어야 한다. 대표적인 탄수화물 덩어리인 쌀밥 한 공기엔 70g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으니, 하루에 밥 일곱 공기를 먹어야 한다는 것...!! (앞서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며 운동을 하고 그 뒤엔 고탄수화물 식사를 하며 글리코겐 로딩을 했다는 이야기가 왜 잔인한지 이해하게 되는 포인트)

글리코겐 로딩은 입에서 살살 녹는 빵 말고, 많이 씹어야하는 이런 빵으로 하는 거다.

여기서 고탄수화물 식사라고 해서 짜장면, 피자, 크림빵 파티 같은 걸 기대하는 건 단백질 섭취량 늘리려고 삼겹살 잔뜩 구워 먹을 생각 하는 것과 같다. 그나마 면이 많은 짜장면 한 그릇은 130g의 탄수화물이 들어있는데 490g의 탄수화물을 짜장면으로 먹는다면 하루에 거의 네 그릇을 먹어야 한다. 근데 문제는 짜장면 네 그릇의 칼로리는 3000kcal라는 것.. 이건 뭐 짜최몇(짜장면 최대 몇 그릇까지 가능?)도 아니고.. 글리코겐 로딩하려다 체중이 늘면 퍼포먼스 향상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글리코겐 로딩의 이론적인 방법은 이러하나,
현실에서는 나의 평소 활동량, 어떤 음식으로 먹었는지, 근육량, 인슐린 분비량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따라서 글리코겐 로딩을 실전에 적용하려면 이 역시 반드시 연습을 통해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앞에서 일주일을 이야기했다고 반드시 일주일 씩 잡을 필요는 없다. 장거리 훈련 이틀 전부터 체중당 6~7g의 탄수화물 섭취하는 것부터 시작해 기록 향상 결과를 체크해 보는 걸 권한다. 이때 식사 기록 앱을 활용해서 내가 선호하는 음식을 적고, 목표로 하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채우려면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를 확인해서, 최소 3~4 끼니에 나눠서 먹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나는 다이어터든 운동인이든 평소 일상 식사에서는 언제나 보충제 같은 것보단 '음식'을 우선적으로 권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경기 준비를 할 때만큼은 오히려 에너지가 농축 가공된 에너지바, 파워젤 같은 제품을 활용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갑자기 너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사람에 따라 소화 장애가 올 수 있기도 하고, 과식이라는 나쁜 습관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기 때문.
이렇게 적다 보니 '글리코겐 로딩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에 대해서도 다뤄야 할 것 같은데, 그건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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