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운동과 전혀 친하지 않던 사람이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식사 조절이 필요한 비만인부터 근육량을 늘리고 싶은 헬린이까지 누구에게나 단백질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입문하는 것은 단백질 보충제. 요즘은 마트에서도 쉽게 프로틴 음료를 볼 수 있어 이 정도까진 낯설지 않다. 그런데 주변에 '운동 좀 한다'는 운동 선배들을 알게 되면, 이제 BCAA라는 이름도 생소한 보충제까지 접하게 된다. 사실 이 BCAA도 점점 흔해지는 것 같지만, 그 용도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사람은 사실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BCAA(=분지사슬아미노산)란?
근육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단백질)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해서
그만큼 근육 합성에 가장 많이 필요한 아미노산.
BCAA는 Branches Chain Amino Acids의 약자로, 류신(=로이신), 이소류신(=이소로이신), 발린 이 세가지 아미노산을 의미하는데, 분자 구조가 나뭇가지처럼 가지가 있다고 해서 저런 이름이 붙었다. 여기서 아미노산이란, 단백질이란 '덩어리'의 가장 작은 단위이다. 아미노산 여러 개가 모여 단백질을 이루고, 이 단백질들이 모여 머리카락도 되고 호르몬도 되고 근육도 되고 피부도 되며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을 만든다. (그냥 우리 몸 전체가 단백질이라고 보면 된다.)
즉, 단백질을 먹으면 그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BCAA(=류신, 이소류신, 발린)도 들어있다. 마치 치킨 한 마리를 먹으면 거기에 날개도 있고 다리도 있는 것처럼 단백질을 먹으면 그 안에 BCAA도 들어있다는 것. 아니 그럼 단백질을 먹으면 다 섭취할 수 있는데 BCAA를 굳이 챙겨 먹을 필요가 있나??
사실 BCAA는 안 먹어도 된다.
근육이 부서지도록 운동하는 게 아니라면..
근육이 부서지도록 운동한다는게 도대체 얼마나 무섭게 운동을 한다는 걸까 싶지만, 이 표현은 비유가 아닌 실제다. 장시간 지속되는 (=2시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하는 경우, 대표적인 예로 장거리 사이클이나 마라톤 선수나 철인 3종 선수들의 상황을 말한다. 2시간 넘게 지속되는 운동에서는 유산소성 대사가 최대로 활성화되고, 몸에서는 몸에 저장된 지방과 탄수화물을 끌어다 쓰지만 근육 단백질 역시 이용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근육이 부서지도록' 운동하는 거다. 이렇게 유산소 대사가 활성화되면, 단백질 중에서도 BCAA의 사용률이 높기 때문에 보충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20km 가까이 장거리를 뛸 때 얘기고, 훈련한다고 5km, 10km 정도 뛰면서는 BCAA를 먹을 필요가 없다.
이렇게 장시간 운동하는 사람 외에, 경기 전 체급 관리를 위해 '극단적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BCAA를 섭취하는 것이 근손실을 최소화 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냥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 '경기 전 체급 관리를 위해' 라는 전제다. 역도나 레슬링, 바디빌딩 등 체급을 나누어서 출전하는 경기에 나갈 때는 최대한 유리한 낮은 체급으로 나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서 억지로 체중을 맞춘다. 그럴 땐 섭취량을 정말 극단적으로 줄이는데 근육량까지 잃어버리면 안 되니 단백질 섭취는 유지해야 한다. 게다가 운동은 또 해야 하는데, 이렇게 열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하는 운동은 근단백질을 많이 가져다 쓰게 된다. 이 때도 역시 '근육이 부서지도록' 운동하는 꼴이라, BCAA의 보충이 근손실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난 저 두 경우에 해당 될 일이 없는데,
그럼 이미 사놓은 BCAA 버려야 하나..?
버릴 필요는 없다. 아침 공복 운동을 할 때 스포츠음료 대신 조금씩 마시거나, 5-60세 이상의 어르신께 드리자. 사실 BCAA에 대해 처음 연구하기 시작한 계기는 우주비행사들의 근 위축 (=근손실)을 최대한 줄여보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BCAA라는 아미노산이 근위축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것이 더 나아가 병상생활을 하는 사람이나 노인층의 근감소증 완화에도 효과를 보이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부모님 선물로 단백질 보충제가 정말 괜찮은 선택이다. 단, BCAA의 경우 아미노산 제제이기 때문에 간, 신장, 심장이 좋지 않은 경우 그냥 유청단백질을 드시는 것이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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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가 살짝 샜지만, 결국, 어떤 경우이든 BCAA를 섭취하는 목적은 '근육을 크게, 많이'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몸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근육을 잃지 않고 경기력을 유지해야 할 때 먹는 거다. 헬스장에서 근육이 엄청 빵빵하고 체지방 1도 없어 보이는 형 누나가 추천해 줬다고 해도, 그냥 근육량 증가나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먹을 이유가 없다. 물론 단백질의 섭취는 필요하니 식단 기록을 하며 내 식사에 단백질이 충분한지 체크해보고, 영 부족하다면 단백질 보충제를 활용해 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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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이 점차 보편화되면서 이런 스포츠 보충제가 다양하게 판매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너무 일반인들까지 무분별하게 먹게 만드는 광고는 부적절해 보인다. 결국은 역시 우리가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만 구매해서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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