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오류 중에 하나가 본인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점점 더 강하게 믿게 되는 확증편향의 오류다. 운동이 우리의 몸과 마음, 사회까지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나의 믿음이 너무 강해서 가끔 내가 봐도 확증편향 같을 때도 있다. 다이어트 성공의 90%.. 아니 어쩌면 99%가 식단이란 걸 알지만, 단언컨대 운동 없이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는 절대 없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제인 피셜!)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 어쩌면 이런 경우들 때문에 다이어트는 식단이라는 데에 대부분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리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
1. 힘들지 않게 했다.
일단 .. 미안하다. 안다, 열심히 했다는 거. 운동을 간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힘든' 일인데, 힘들지 않게 했다는 말에 전국의 F들(MBTI에서 감정형을 의미하는 F)이 참 속상할 것 같아 일단 선 사과부터 올린다.
운동이라는 것은 우리 몸에 '인위적인 스트레스를 가하는 일'이다. 육상동물인 인간이 굳이 물에서 수영을 하고, 걸으면 되는 걸 굳이 힘들게 달리고, 기계가 이렇게나 발달했음에도 무거운 걸 힘을 써서 굳이 들어올리고, 굳이 햄스트링을 늘려가며 몸을 접는 동작을 하는 이유가 뭘까? 이는 모두 우리 몸에 인위적인 스트레스를 가해, 그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몸을 만드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지방이라는 에너지원을 사용하며 살이 빠지는 것이다. 그런데 굳이 수영을 하지 않고, 달리지 않고, 무거운 걸 들지 않고, 몸이 유연하지 않아도 당장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이, 저런 인위적인 스트레스를 '셀프로' 가하는 건 사실 에너지를 아끼고자 하는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며, 엄밀히 말해 정상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운동을 처음 시작한다면 1:1 강습을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옆에서 당근과 채찍을 주며 한계에 도전하게 도와주면 혼자보단 더 있는 힘껏 하게 된다. 다만, 통상적인 수업 시간이 50분이라고 하면, 동작에 대해 배우고 내 동작에 대한 피드백을 듣는 시간도 포함이기 때문에 그 중에서 '실제' 내가 운동을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그룹 수업이라면 더더욱 나의 운동 시간은 줄어든다. 대표적인 예가 수영으로, 사실 수영은 체온유지까지 해야 해서 열량 소모가 상당히 큰 유산소 운동인데도 살이 잘 안빠지는데, 대부분 그룹 수업으로 듣다보니 물에서 가만히 있는 시간이 길고, 체온만 떨어져서 식욕을 돋구기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심박수나 나의 호흡 속도를 체크하면서 충분히 힘들게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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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
2. 똑같은 강도로 운동해서
처음 운동 습관을 들이는 건 쉽지 않지만, 또 한번 습관이 되고 나면 관성이 생겨서 그냥 루틴처럼 운동이 일상이 되기도 한다. 운동을 하려고 할 때 생각보다 큰 걸림돌이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할 지' 정하는 일인데, 하나를 정해서 그냥 계속 그것만 하는 것이 당장 습관 만들기에는 좋다. 예를 들어 주 3회 만보 걷기라고 정해 두면, 그냥 걷는 날은 일단 운동화 신고 나가면 된다. 이렇게 루틴을 고정해 두는 것은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매우 좋은 방법이다.
이 과정이 오래 반복되면 운동 습관은 몸에 벨 수 있지만, 문제는 우리 몸에서 그 운동에 완전히 적응해 버려서 처음만큼의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몸에서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쓰면서 그 운동을 수행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효율이 좋아진건데, 목적이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쓰는 '다이어트'라는 게 문제. 이 단계에서 다이어트 정체기에 빠지기 쉽다. 먹는 걸 줄이면 되지만 식사량을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운동 시간이나 강도, 빈도, 무게 등 무엇이든 변화를 주어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
3. 생각보다 많이 안 썼는데, 생각보다 많이 먹어서
지도 앱을 켜고, 집에서 차로 5분 정도 걸리는 곳까지 실제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자. 보통은 2.5~3km 정도 되는데, 그럼 집에서 거기까지 달려갔다가 온다고 생각해 보자. 달리기를 해온 사람들에겐 별 것 아닐지 몰라도, 달리기 경험이 많지 않다면 생각보다 엄청난 도전이다.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체감 난이도도 상당히 높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렇게 해서 소비되는 칼로리는 500kcal를 넘지 않는다. 라면 하나만 겨우 태우는 것. 근데 체감 소비 칼로리는 한 최소 1000kcal는 썼을 것 같고, 기분 좋아서 친구랑 치킨 한 마리 나눠 먹으면 오히려 섭취 칼로리가 1000kcal다.
늘 강조하지만 운동을 단순히 '칼로리를 소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기엔 우리 몸이 너무 고효율이다. 게다가 운동하는 건 한계가 있는데 먹는데는 한계가 없기 때문에 힘들게 소비한 칼로리를 먹는 칼로리로 상쇄하는 건 식은죽 먹기다. 이 사실을 인지하지 않으면, 매 주말 등산 열심히 다니시는데 배가 점점 나오는 이유를 몸으로 체감하게 될 수 있다. (물론, 살이 쪄도 운동하면서 찐 살은 운동 안하면서 찐 살보다 훨씬 건강하다!!)
아무리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
4. 움직임이 너무 적어서
플랭크를 1분 하는 것과 30초 동안 스쿼트를 하는 것 둘 중에 뭐가 더 살이 잘 빠질까? 두 운동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며 정답은 쉽게 맞출 수 있다. 솔직히 정신적으로는 플랭크 1분이 더 힘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칼로리 소비는 30초 밖에 안하는 스쿼트가 훨씬 더 많다. 그 이유는 허벅지, 엉덩이 등 큰 근육들을 '많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플랭크를 해도 허벅지 앞 쪽에 힘이 들어가지만 '움직이지 않은 채로' 힘을 주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량은 많지 않다.
특히 전신의 근육들이 동시에 수축할 때 심장과 폐에서는 더 많은 피를 뿜어 주어야 해서 에너지 소비량은 더 크게 올라간다. 그런 점에서 요가와 필라테스는 굉장히 대중적이고 좋은 운동이지만, 에너지 소비량으로만 보았을 때 가장 살이 빠지기 어려운 운동이다. 가장 많은 근육이 반복적으로 쉬지 않고 수축하며 빠르게 진행될 수록 에너지 소비량은 커지는데, 애초에 필라테스와 요가는 그렇게 하면 안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필라테스는 관절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컨트롤 하며 근육의 재활을 목적으로 생긴 운동이다. 요가는 인도에서 시작된 '명상법' 중의 하나로, 호흡과 몸의 감각에 세심하게 집중하는 일종의 '수행'의 과정이다. 본질부터가 '천천히'를 지향하는 운동인데 이 두 운동으로 살을 빼겠다는 것은 천을 자르는 가위로 나무 가지치기를 하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사실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게 되면 그 운동의 수많은 다른 장점들을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든 지속 가능한 체중관리에 운동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기왕 운동을 하며 체중관리를 해야 한다면 효과를 보는 방향으로 운동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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