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을 조금이라도 다녀 봤거나 PT를 받아 보았다면 머신 운동을 반드시 경험해 보게 된다. 그리고 PT를 받지 않았더라도 처음 헬스장에 가면 OT라고 해서 상주하는 트레이너가 1회 무료 PT를 해 주는데 이때 머신 사용법을 배우기도 한다. 요즘은 머신 사용법은 인터넷에서도 영상으로 쉽게 배울 수 있어, 헬스장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신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게다가 월요일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회개(?)하러 오는 날엔 머신 앞에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겐 헬스장을 고르는 기준이 머신의 개수나 브랜드가 되기도 하는데, 나는 일반인이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머신 운동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머신의 장점을 먼저 알아보면, 왜 머신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이해가 간다. 일단 머신 운동은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 가장 흔히 알려져 있는 운동인 스쿼트와 비교해 보면, 올바른 스쿼트 자세를 만들기 위해 PT를 한 시간 동안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2-3회의 수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레그 프레스는 그냥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발판에 발을 올려놓고 다리를 펴서 밀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무게를 올리기도 매우 간편하다. 그냥 핀을 뽑아서 칸을 옮기면 된다.
그런데 프리웨이트는 원판 고정핀을 빼고, 원판을 하나 더 가져와서 끼우고, 다시 핀을 끼우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고정핀도 집게식인 경우 이제 막 운동을 시작해 근력이 1도 없는 여성은 그 집게를 벌리는 것조차 너무 힘들다. 그런데 완전 생초보인 사람도 헬스장에서 혼자 머신들을 이용해서 무게를 올려가며 운동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머신 사용 자세만 한 번 알면 보조자도 거의 필요 없고, 머신에 기대서 하기 때문에 코어 근육이 약해도 얼마든지 고중량을 다룰 수 있다. 중량을 올려가는 맛은 헬스 생초보자에게도 짜릿한 기분이다. 그런데 프리웨이트로 하면 아무 중량 없이 내 맨몸만 가지고도 낑낑거려야 하니, 상대적으로 뭔가 발전하는 기분도 확실히 덜하다. 뭔가 힘들게 땀을 뻘뻘 흘렸는데 어디를 운동했는지도 잘 모른다. 왜냐하면 프리웨이트는 대부분 두세 가지 이상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신 운동은 원하는 근육만 집중해서 단련할 수 있다. 전문용어로 '고립시키기 좋다'고 하는데, 다른 근육이 도와주지 않고 오직 그 근육 혼자 힘을 쓴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예를 들어, 레그프레스(leg press)면 정말 다리에만 힘이 딱 들어오고, 운동하고자 하는 근육이 펌핑되는 느낌도 제대로 느껴진다.
이렇게 머신 장점이 많은데,
뭐가 문제인 걸까?
머신의 장점은 당장은 편안하지만, 그만큼 얻어야 하는 것, 배워야 하는 것을 놓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근육'이라 함은 겉으로 보이는 근육들만 생각하게 되지만, 사실 그 안에는 관절들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근육, 장기들을 둘러싸고 있는 코어 근육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가 걷고, 달리고, 계단을 오르고, 짐을 들어 올리고 하는 일상적인 움직임을 할 때 이런 안정근들과 코어 근육들이 순간적으로 먼저 수축해 몸의 내부를 단단하게 해 주면서 중심이 무너지지 않게 한 다음, 주동근(겉으로 보이는 근육들)이 힘을 쓴다.
예를 들어, 어깨 운동인 숄더 프레스를 머신으로 하면 20kg는 간단하게 밀지만, 일어선 채로 덤벨로 양 손에 10kg씩 들고 어깨 운동을 하면 덤벨이 앞뒤 양옆으로 흔들리며 후들거리고, 이렇게 아무 데로나 떨어지려고 하는 덤벨을 위쪽 방향으로 일정하게 밀려면 코어 근육과 안정근들이 몸을 제대로 고정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머신으로만 운동을 하게 되면 이러한 안정근과 코어 근육이 힘을 쓸 필요가 없다. 코어는 대부분 머신 어딘가에 기대고 있고, 어차피 정해진 방향으로 밀거나 당기면 되니, 안정근들은 굳이 큰 힘을 써서 수축 방향을 고정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편리함이 당장은 운동을 쉽게 해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근력의 균형 잡힌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 한 방향으로만 운동이 가능하니 좀 더 복잡한 움직임을 만드는 근육을 강화하기도 어렵다.
사실 머신 운동은 특정 근육을 크고 강하게 만드는데 가장 적합한 운동이다.
그런 장점을 가진 머신 운동에 다른 이점을 바라는 건 마치 과일 가게에서 고기 달라고 하는 꼴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머신 운동을 잘 활용한다면 초보도 쉽고 빠르게 근력을 강화할 수 있어 운동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사람이 특별한 이유 없이 수업에서 머신 운동만을 주로 진행한다면, 정말 질 좋은 수업을 받고 있는게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머신 운동은 보조자의 역할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정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은 좀 더 복잡한 움직임이 들어가는 프리웨이트나 다양한 맨몸 운동이고, 그러한 동작이 잘 되지 않는다면 담당 트레이너는 그 원인을 파악해서, 담당 회원이 못하는 움직임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단, 여기서 케이블은 논외이다. 케이블 운동은 머신과 달리 궤적이 다양하게 바꿀 수 있어 2차원이 아닌 3차원의 운동이 가능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프리웨이트의 단점인 중량 변화도 손쉽게 할 수 있어 머신 운동과 프리웨이트 운동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는데, 문제는 대신 머신 운동보다는 초보자가 조금 어려울 수 있다.
결과적으로 머신 운동의 장점을 한 마디로 종합하면, 비교적 안전하고 쉽게 근육을 고립할 수 있다는 것. 즉, 특정 근육만을 키우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안전은 운동을 하는 당시에 부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머신 운동만 하게 되었을 땐 근골격계 질환에는 더 취약해질 수 있다.)
바디빌딩의 관점에서는 각 근육들을 크고 강하게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머신이 좋을수록 그러한 효과가 극대화된다. 근비대를 통한 외향의 개선이 운동의 최우선 순위일 때는 머신 운동을 위주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잊지 말자.
우리의 인생은 2차원적 움직임이 아닌
3차원적인 움직임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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